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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 박주호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공개하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주호는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 Captain PaChuHO'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전했다. 영상에는 축구 해설위원 김환이 게스트로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박주호는 자막을 통해 촬영이 7일 오후 1시에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에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전강위에 합류한 박주호는 5개월 동안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과 함께 회의에 참여했으나, 결국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계약 불발 이유에 대해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르나르 감독이 미팅 장소를 계속 바꾸는 등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감독 후보로 2~3명을 추천하길 바랐지만, 대부분의 위원들은 1명을 추천하거나 아예 추천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주호는 후벵 아모림, 제시 마치, 바스코 세아브라를 추천했으나, 제시 마치 감독 선임 시도는 협상 결렬로 충격을 안겼다. 마치 감독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황희찬, 엘링 홀란드, 미나미노 타쿠미를 적극 활용한 경험이 있으나, RB 라이프치히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는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
박주호는 "마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의지를 확인했으나, 관심이 크지 않았다. 심지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며 협상이 결렬된 상황을 전했다. 이는 해외 축구 트렌드에 대한 전력강화위원들의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
녹화 중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하자, 두 사람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주호는 최소한의 통보도 받지 못한 채 패싱을 당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북중미월드컵과 2027 사우디아라비아아시안컵까지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울산 구단과 팬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의 8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 정신 구현,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감독으로서의 성과,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국외 지도자의 철학을 적용할 시간적 여유 부족, 국외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을 언급했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전략이 대표팀의 템포 조절, 공격·수비 균형, 기회 창출 등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또한, 울산이 지난해 K리그1에서 빌드업을 통한 득점, 압박 강도 등 모든 데이터에서 1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홍 감독의 전술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 ‘원팀 정신’ 구현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이 A대표팀과 U23, U20 등 연령별 대표팀을 이끈 경험과 행정 경험까지 겸비해 각급 대표팀의 연계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임생 이사는 스페인 마드리드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을 면접했으나, 홍 감독이 국외 감독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빅리그 지도 경험과 철학은 존중하지만, 홍 감독보다 더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외 지도자들이 당장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자신의 철학을 적용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 시절 재택근무 논란이 반복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며, 일부 후보의 국내 체류 문제도 고려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처음부터 이야기했다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을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지난 5개월간의 노력이 헛되었다고 토로했다.
박주호는 전강위의 유명무실함과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퇴를 선언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새 대표팀 감독으로 발표했다.